[국가의 종말] 지역국가의 소멸과 함께 새로운 국가의 역할 필요
오마에 겐이치라는 미래 학자의 미래를 예견하며 국가의 역할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20년 전에 작성되었으며 현재 시점에서 읽는다면 많은 공감을 자아낼 정도로 그가 가지고 있던 지식의 깊이에 감탄할 것이다.
국가는 과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외부로부터의 집단적인 보호, 내부적인 질서의 확립 등을 위한 필요에 의해 여러가지 형태로 지역적인 구분에 의해 존재하였었다. 그러나 정보 기술, 특히나 저자가 얘기하는 4I( investment, Industry, Information technology, Individual customer ) 가 등장하면서 지역적인 경계 - 국경선 -가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얼마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며 사람들의 이동을 극도로 제한하게 만들었던 코로나19의 시대에도 그동안 발전되어 온 정보기술의 영향에 따라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산업, 기업들의 이익은 사람의 노동력을 필요로하는 제조업, 영업장/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서비스업, 오락/여행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충하던 산업 등과는 달리 온라인 커머스, 배달 업종, 배송/운송 업체, 비대면 회의를 지원하는 인프라 제공업체들 등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국가는 평균이라는 것에 집착하여 정책을 제안하고 시행할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이런 집행들이 갖는 부당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표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을 예로 들며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도시의 경우에도 시장과 공무원들에게 동일한 임금과 예산을 지급하는데 이것은 그 지역에서 걷어 들이는 세수에 의존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중앙정보에서 다른 부유한 지역에서 얻은 세수를 나누어 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세수가 풍족한 도시가 자신의 도시나 지역에 재투자 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관도 없는 가난한 또는 부족한 세수로 고생하는 지역/도시에 기부하는 것을 '시빌 미니엄(Civil Minimum)'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애덤 스미스가 얘기한 자유경제주의 보다는 케인즈가 말한 시장경제주의로 많은 국가들이 움직이면서 복지의 확대를 정치적으로 추구하다보니 오히려 지역/도시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정부 규제 또는 간섭 등을 통해 통제하는 것 보다 훨씬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보거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좋다고 얘기하고 있다.
'민족국가'라는 이전에 국가적인 응집력을 위해 사용되던 민족주의, 국수주의 등에 대해서도 세계화되어가는 흐름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이에 대한 호불호 또는 판단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등의 국가 이기주의적인 국가의 수장이 세계적으로 권력을 잡는 나라들이 코로나19 이전에는 유행처럼 번졌지만 그 이전까지는 냉전 시대 사상적인 대립 하에서 여러 지역 국가들의 지역적인 경계를 넘어서 사상적인 대립축과 싸우기 위해 사상적인 집단 내에서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국가간의 개방성을 허락하였다. 이후에 냉전시대 종말에 따라 세계는 서로 간의 이념적인 공통점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되었지만 경제적인 연관성은 증대되면서 경제 식민주의로의 극단화가 이뤄지게 된다. 그 이후 경제 식민주의의 폐해 속에서 늘 피식민지에 처했던 아프리카, 아시아 등이 경제적으로 낮은 임금, 풍부한 천연자원 등으로 힘을 얻게 되면서 현재는 경제적 협력이라는 것이 국가 간에 이뤄진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EU, APEC G7 등의 여러 움직임들 속에서 지역 국가들의 연합이 등장하고 있으며 각 연합 속에서 관세 면제 등의 혜택을 가지게 하면서 서로 간의 자급자족을 누리려는 시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지역 국가들의 연합 및 유대는 여러 요인들에 의해 깨지기 쉬운 반면에 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필요한 연대는 Supply Chain, 또는 판매 지역 등으로 생성된 연합은 오히려 점점 복잡해지고 있으며 광범위해지고 있다. 이는 저자가 20년 전에 예측한 내용이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고전적 의미의 국가는 이제 종말하여야 할 지도 모른다. 오히려 국가의 간섭, 규제 등을 최소화 하면서 세계화되어가는 현실에 대응해 가는 것이 정보 기술의 발달로 없어진 국경을 보다 잘 이용하여 경제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북유럽의 경우 보유한 풍부한 천연자원 덕에 그들의 복지 정책은 공감대를 얻으며 유지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의 탄생은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개념하에서는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부란 결과적으로 이익 창출인데 부를 무조건 분배하여 다른 이들과 공유하여야 한다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적인 이익 배분은 이익 창출의 동인을 앗아가기 떄문이다.
현실에서 저자가 얘기하는 이런 주장을 무조건 찬성할 수 없으며 국가적으로 반영할 수도 없지만 20년 전에 미래를 예측하며 해결책까지 제시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이 주제와 관련하여 저자가 얼마나 고민했는지에 대한 존경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