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행사] 지방대 출신의 사이다 성장기

구루아재 2023. 2.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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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이라는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후속이라는 무게감과 손나은이라는 아이돌의 연기 논란 등으로 초반에는 5%대의 전국/수도권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8회차에는 10% 로 100% 시청률이 상승한 저력은 무엇일까. 

우선 지방대 출신의 성공을 모티브로 하여 고아인(이보영 분)이 보여주는 요즘 세상에 대한 통쾌함과 공감이 주된 원인이지 않을까? 요즘에는 블라인드 면접 등으로 스펙을 보지 않고 채용한다고 하지만 과연 현실에서 스펙이라는 것이 사라진 것일까. 또한 직장 내에서 여성이라는 성적인 한계, 지방대 출신이 갖는 학연의 문제, 실력이 아닌 라인을 잡고 정치 또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부류의 아싸 대접 등에 대한 꿈 같은 성공기. 이런 스토리가 시청자에게 과거 드라마나 영화 등이 보여주었던 권선징악적인 시놉시스와 닿아 있지 않을까. 

고아인 상무(이보영 분)가 오너 일가에게 보여주는 당당함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누구나가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오너 일가의 딸로 VC 대행사의 상무로 임명된 강한나(손나은 분) 상무를 대하는 고아인 상무의 모습은 그동안 재벌들이 보여주었던 부당한 행동들에 대해 응징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재벌 집안의 사람들이 본인들의 부를 만들어 주는 주체가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며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본인들을 특별한 존재로 보고 주변인들을 자신들이 먹여살리고 있는 식의 행동을 보여주었던 기사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갖는 특권의식 속에 희생양으로 존재하며 늘 숨죽여 지내야만 했던 을들의 설움을 고아인 상무는 당당함으로 그들과 맞서고 오히려 그들을 혼내는 모습.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고아인 상무가 꾸린 팀도 나름대로 실력은 있지만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마치 세상에 대해 실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라인이나 사회생활이 보다 중요한 현실 세계에 대한 과도한 대응이다. 즉, 라인이나 사회생활을 잘 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실력은 없다고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대립 구도를 설정하고 사회생활에 목숨 건 부류를 무능한 인간으로 그려내면서 시청자가 보다 두 집단 간의 대립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더욱이 강한나 상무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재벌집 딸을 보좌하는 박용우 차장(한준우 분)의 모습은 재벌이라는 사람들이 실제적으로는 태어나기만 잘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며 실제적으로는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다면 해당 지위를 지킬 수 없다는 메시지가 아닐 까 싶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장손인 진성준이 이항재 실장에게 한 "다시 태어나야 한다"라는 대사는 그들이 갖고 있는 지위가 단지 운이 좋아 그런것이라는 자인이며 진도준이 윤현우라는 비서로 일했기 때문에 진도준으로 다시 태어났을 때 진성준에 비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것은 아닐 까 생각이 든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신분상승을 위한 사다리가 끊어졌다고들 얘기한다. 주변을 보아도 신분상승이라는 것을 위해 열심히 공부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반비례하여 박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시를 통해 신분상승을 할 수 있었으나 그것도 현재는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허구이기는 하지만 나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이 기득권 세력과의 경쟁에서 아니 전쟁에서 싸우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시청자가 주인공의 승리를 응원하도록 만들고 이에 따른 시청률 상승을 이룰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주인공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기득권 세력의 보다 강력함이 부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에 손나은(강한나 역)의 연기력 논란은 5%대 시청률로 대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회차가 진행되면서 손나은의 연기력이 조금이나마 개선된 것은 다행이다. 또 강력한 라이벌인 최창수 상무(조성하 분)의 연기 내공은 왜 그가 캐스팅되었는지 증명하였다. 

개인적으로 바람은 극이 전개되면서 재벌들의 상속 싸움으로 흐름이 변질되지 않았으면 한다. 10회에서 고아인 상무가 강한수 부사장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후 내뱉은 말처럼 거기에 극의 전개가 포커스 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권력 싸움과는 별개로 고아인 상무의 성공 - 그게 여기서는 VC 사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 으로 마무리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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