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투자자의 회상] 제시 리버모어를 반영한 주식 투자자의 이야기
에드윈 르페브르는 20세기 전반 '월스트리트의 황제'라 불린 제시 리버모어를 고스란히 반영한 인물 래리 리빙스턴을 내세워 그의 투자 기법과 투자 철학을 소개한다. 제시 리버모어는 '월가큰곰' '추세매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국의 투자가이며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불린다. 대공황 당시 대규모 공매도를 통해 1907년 300백만 달러, 1929년 1억 달러를 벌었으나 1940년 11월 28일 63세의 나이에 권총으로 자살하여 생을 마감하였다.
이 책에서는 호가판의 시세를 받아 적는 사환에서 시작해 월가의 전설이 된 사내의 성장 드라마이며 화려한 가면 속 월가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투시경이기도 하다. 유난히 숫자에 강하고 기억력이 좋았던 래리 리빙스턴은 사설 중개소에서 친구를 따라 우연히 몇 달러를 투자했다가 돈을 벌자 혼자 열심히 '투자'해 '꼬마 도박사'라는 별명까지 얻는다. 사설 중개소에서의 성공으로 어쩔 수 없이 뉴욕으로 옮기게 되었으며 정식 거래소에서 6개월도 되지 않아 알거지가 되며 첫번째 실패를 맛보게 되었다. 이런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투자 기법을 강화하게 되었다. 이는 다른 투자가들이 성공과 실패를 통해 시장을 떠나거나 아니면 다른 투자가나 시장을 비난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즉 실패를 통해 자신의 투자 기법의 잘못된 점을 찾았으며 때로는 자신의 감정 조절 장애를 질책하기도 한다. 이런 풍파를 겪으면서 리빙스턴은 차츰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정립하게 된다. 개별 주식의 주가 등락에만 의존하던 습관을 버리고 업종 전체의 주가 동향을 살펴야 하며 시장 전반의 움직임, 즉 대세에 편승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그동안 길러온 시세 테이프 판독 능력과 기억력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리빙스턴이 제시하는 투자원칙은 다음과 같다.
- 절대 확실한 건 세상에 없다. 언제나 확률이 높은 쪽에 걸어라.
- 절대 밑바닥에서 사려고 하지 말고 팔 때는 좀 이르다 싶을 때 팔아라.
- 최대한 싸게 사거나 최고가에 공매도하려고 용쓰지 마라. 핵심은 적시에 사고 파는 것이다.
- 시세 테이프와 다투지 말고 대세에 따라 매매하라.
- 비밀 정보에 목매지 마라. 대신 관찰하라. 관찰하면 최고의 비밀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주인공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교훈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항상 혼자서 판단하고 움직였지만 어쩌다 남의 말에 솔깃할 때도 있었는데 그런 떄는 여지없이 돈을 날렸다. 따라서 주인공은 우리에게 경거망동하지 말고 신념을 지키며 버티라고 말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리빙스턴이 만나게 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을 통해 리버모어가 활동할 당시 주식시장의 여러 협잡꾼들을 그렸다. 주가조작세력, 엉터리 호재나 악재를 퍼뜨리는 사기꾼, 입을 꾹 닫고 개미들을 등쳐 먹는 내부자 등등 돈을 벌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온갖 인간들을 그리고 있다. 더욱이 주인공의 아내까지 이용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려는 모사꾼, 상속 편의를 위해 사탕발림으로 주인공을 끌어들인 야비한 인간. 커피 선물을 공매도 해놓고 커피 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이자 국민을 생각하는 척 당국을 구슬려서 커피 가격을 동결한 업자들도 있었다. 주인공도 많은 성공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명성이 있었지만 이들에게 걸려들어 괜히 헛물만 켜기도 하고 때로는 수법을 간파하고 빠져나오기도 하였다.
이 책은 투자 기법을 나열한 책이 아니다. 하지만 개미들에게 있어 공부하지 않고 정신차리지 않은 채 돈을 운용하면 잘되겠지 하는 막연한 긍정주의자들에게 호구 잡히지 마라고 얘기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세웠으면 자신의 의지를 따르라고 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탁월한 능력과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확립한 투자 원칙이 있는 명성 있는 월가의 투자자도 자신의 원칙을 따르지 못하면 실패, 아니 호구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트를 분석하여 과거의 패턴을 규칙화하여 HTS에 검색식을 통해 주식 투자를 하거나 주변의 지인을 통해 내부 정보라는 등을 기반으로 대출 레버리지를 통해 투자하는 많은 개미들이 읽어 봤으면 하는 책이다. 주식시장은 수급이 존재하고 누군가가 매수를 한다면 누군가는 매도를 하여야 한다.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손해를 본다면 누군가는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에 편승하여 매매를 하면서 신용 대출 등의 레버리지까지 하면 과연 어느 누가 이런 협잡꾼들의 흔들기에 견딜 수 있을 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