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러브 하츠코이]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과 삶에 대한 자세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드라마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중년이 되기까지 서로의 삶을 지속하던 남녀가 운명이라는 것에 의해 우연히 재회를 하게 되고 재회한 후 다시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여러 장애를 만나며 이어가는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이지만 사토 타케루와 미츠시마 히카리의 연기가 시청자로 하여금 고전적이고 다소 따분할 수 있는 스토리를 자신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작품으로 보여진다.
일본 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형사물을 제외하면 이런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잘 만들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왠지 '러브레터'가 떠올려지는 것은 비슷한 분위기, 지역, 화면의 색채 등이 아무래도 '러브레터'의 과거 성공과 같이 이 드라마도 일본 드라마이지만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고 많은 이들이 시청하면서 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싶다.
운명이라는 것을 통해 우연의 반복을 여러 곳에 배치하여서 억지스럽기도 할 수 있지만 그런 운명이라는 것도 각자 개인이 어떻게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면서 억지스러움이 그렇게 도드러 보이지는 않았다.
여자 주인공인 노구치 야에(미츠시마 히카리, 야키 리카코 분)는 유부남과의 사랑을 통해 태어났으며 그로 인해 홀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을 하지만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를 가지고 본인의 꿈인 승무원을 향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남자 주인공인 나미키 하루미치(사토 타케루, 키도 타이세이 분)은 어렸을 때 물놀이에서 사고로 여동생이 청각을 잃게 되면서 이에 대한 죄책감에 싸움만을 일삼는 불량 학생이었다가 고등학교 입학 모의고사를 보러 가던 중 노구치 야에를 보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되었고 자신때문에 야에가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을 겪게 되며 죄책감을 안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두 주인공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고 때로는 서로에게 나쁜 영향을 주며 삶의 방향을 변경시키는 관계이다. 드라마 속에서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면 그 관계가 잘못될 수 있다는 야에의 말에 우연찮게 재회를 하게된 하루미치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야에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모습. 그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집착과는 달라야 하며 극중 야에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택시회사의 동료에게 말하는 것에서도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짝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봐 주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상당히 이상적인 얘기일 수 있다.
점점 관계는 일방적인 될 수 없어지며 무조건적이지도 않아지고 있다. 사회 이슈들을 보면 관계 속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폭력적이 되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접할 수 있지 않은가.
야에의 아들인 츠즈루(아라키 토와 분)의 이야기는 아무리 부모라고 하더라도 자식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식의 인생을 부모가 계획하고 그것에 맞춰 인생을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하루미치를 좋아하고 약혼녀인 아리카와 치네미(카호 분)가 앵무새에게 '나 잘 속였지?'라는 대사를 들으며 생각났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의라는 것에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주장처럼 치네미의 입장에서 하루미치가 보여주는 모습은 과연 정당할 까. 물론 사람 간의 감정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 재단하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치네미는 단지 스쳐가는 인연이었는데 치네미만 결혼까지 생각한 것일까? 주변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하루미치는 야에를 잊으려고 노력하기 위한 수단으로 치네미를 이용한 것이었다면 치네미는 왜 그렇게 그것을 알면서도 관계의 끈을 잡고 있었던 것일까? 그만큼 치네미의 사랑이 하루미치가 야에에게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랑을 하고 있었지만 슬프게도 짝사랑이었던 것일까?
전체적으로 과거 젊은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찾고자 한다면, 그리고 요즘 보여지는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과거의 감성을 찾고자 한다면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다. 고등학교 시절 등의 과거에 대한 회상과 현재의 시간적인 오버랩을 적절하게 섞어서 현재 남녀가 보여주는 모습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어 고전적인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억지스러움 보다는 몰입도를 보다 높인 점 또한 높이 사고 싶다.
야에가 우연히 잃어버린 기억을 찾게 되며 과거 묻어 두었던 타입캡술을 여는 장면은 전체적인 구도와 스토리가 우리나라 영화인 '엽기적인 그녀'의 모습을 오마주한 것 마냥 느껴지기도 했다.
현재의 삶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곳을 찾고자 한다면 한번 쯤 시간을 내어 시청해 보길 추천한다.